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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이해하기/필리핀 역사•정치

필리핀 역사: 정말 마젤란이나 레가스피가 필리핀의 국명을 지었을까?

by 필인러브 2024.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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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pines

 

필리핀의 국명이 에스파냐(영어식 국명은 스페인)의 국왕이었던 펠리페 2세(Felipe II)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펠리페 2세의 이름을 따서 펠리피나스(Felipinas)라고 부른 것이 오늘날 필리핀(Philippines)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가끔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이나 미겔 로페스 데 레가스피(Miguel Lopez de Legazpi)가 '필리핀'이란 이름을 지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보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펠리페 2세는 1527년 태어나서 1598년에 사망했다. 마젤란이 필리핀에 도착한 것은 1521년으로 펠리페 2세가 태어나기 전이다. 그렇다면 마젤란은 필리핀을 뭐라고 불렀을까?

3년 가까운 긴 항해 끝에 동사마르주에 있는 호몬혼섬(Homonhon Island)에 도착한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성인 라자로(나사로)의 이름을 따서 '라스 이슬라스 데 산 라자로(Las islas de San Lázaro)'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후 세부 등으로 자리를 옮겨 필리핀에 다른 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젤란이 '서쪽에 있는 섬들'이란 의미로 '라스 이슬라스 데 포니엔테(Las islas de Poniente)'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좀 있다. 


라스 이슬라스 필리피나스(Las Islas Filipinas)

그렇다면 필리핀이란 이름은 언제 누가 지었을까? 
필리핀이란 국명은 에스파냐의 탐험가 루이 로페스 데 빌라로보스(Ruy López de Villalobos, 1509년~1546년)가 1543년 당시 사마르와 레이떼 지역의 섬들을 보고 당시 에스파냐의 왕위계승자였던 펠리페 2세의 이름을 따서 '라스 이슬라스 필리피나스(Las Islas Filipinas)'라고 부르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막탄 전투에서 사망한 이후에도 스페인은 여러 번에 걸쳐 필리핀으로 원정대를 보냈는데, 빌라로보스의 필리핀 원정대도 그중 하나였다. 1543년 빌라로보스는 마젤란이 들렸던 리마사와 섬(Limasawa Island)에 도착했고, 이후 세부로 가려고 했으나 항로를 잘못 잡아 민다나오 북동쪽에 도착, 극심한 굶주림을 겪어야 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그의 배에 탔었던 선원 중 한 명이 마젤란에 대해 적은 원고가 나중에 발견되면서 마젤란의 항해가 좀 더 자세히 알려지게 되었다. 

* 루이 로페스 데 빌라로보스가 필리핀에 도착한 시기가 1543년이 아닌 1542년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1943년 쪽이 좀 더 정확해 보인다. 빌라로보스는 1542년 11월에 6척의 함대를 이끌고 원정대 일정을 시작했다. 크리스마스를 마셜 제도에서 보냈다고 하니, 1542년에는 필리핀에 도착할 수 없었을 것이다.
* 펠리페 2세(1527년~1598년)는 1556년에 왕위에 올라 1598년까지 에스파냐 왕으로 재위했다. 빌라로보스가 필리핀을 '라스 이슬라스 필리피나스'라고 부르기 시작했을 때 에스파냐의 왕은 카를 5세(펠리페 2세의 아버지)였다. 
* 미겔 로페스 데 레가스피는 빌라로보스의 원정대가 다녀간 뒤 20년이 지난 1565년에야 필리핀에 도착했다. 레가스피는 1571년 마닐라 인트라무로스에 총독부를 설치하고 필리핀 제도는 에스파냐의 식민지가 되었음을 선언했다. 


필리핀의 공식 국명

필리핀의 공식 국명은 필리핀 공화국(Republika ng Pilipinas)이다. 영어로는 리퍼블릭 오브 더 필리핀(Republic of the Philippines)이라고 쓴다. 필리핀이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공화국임을 처음 선포한 것은 1986년 말로로스 의회(Malolos Congress)이다. 에밀리오 아기날도에 의해 설립된 필리핀 혁명정부는 1899년 1월 22일에 말로로스 헌법을 공포했는데 이 헌법을 보면 'La República Filipina es libre e independiente.(The Philippine Republic is free and independent.)'라고 적힌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스페인에 이어 필리핀을 식민지 지배한 미국에서는 필리핀을 어떻게 불렀을까?

미국 식민지 시절(1898년~1946년) 초창기, 미국에서는 필리핀을 '더 필리핀 아일랜드(the Philippine Islands)'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후 '더 필리핀(the Philippines)'으로 표기를 바꾼다. 1934년 미국 의회에서는 타이딩스-맥더피 법(Tydings–McDuffie Act)을 통과시켜 10년 뒤에 필리핀을 완전히 독립시킬 것을 결의했는데, 이 법에 따라 필리핀 자치령(커먼웰스) 발족되고 마누엘 L. 케손이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런데 마누엘 L. 케손이 1935년 11월 15일에 필리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기 전인 1935년 2월 8일에 제정된 헌법 제17조 제1항을 보면 필리핀의 독립이 선언된 뒤 '필리핀공화국'으로 불리게 된다고 명기된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로 필리핀은 1946년 7월 4일에 이르러서야 미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다.

1935년 헌법 제 17조 제1항(ARTICLE XVII. SECTION 1.)

The government established by this Constitution shall be known as the Commonwealth of the Philippines. Upon the final and complete withdrawal of the sovereignty of the United States and the proclamation of Philippine independence, the Commonwealth of the Philippines shall thenceforth be known as the Republic of the Philippines.


두테르테와 마할리카(Maharlika)

지난 2019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은 필리핀이란 국명이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잔재라는 이유로 국호를 마할리카(Maharlika)로 바꾸자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의견이라고 하여서 국명을 바꾸는 일이 쉽게 될 리가 없다. 두테르테의 주장은 두테르테가 대통령직에 있던 당시에도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반응이었다가 대통령이 봉봉 마르코스로 바뀌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참고로 마할리카는 필리핀어로 자유인(freeman), 고귀함(nobility), 귀족(royalty) 등을 의미한다. 


필리핀의 국명은 16세기 중엽에 파견된 탐험가 빌라로보스가 펠리페 2세의 이름을 따서 'Las Islas Filipinas'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
Teus Mansion Presidential Museum. 말라카냥궁의 박물관에서 큐레이터가 필리핀 헌법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지폐를 보면  필리핀공화국(Republika ng Pilipinas)라고 적힌 것을 볼 수 있다.
필리핀 정부의 공식 웹사이트를 보면 필리핀이라는 이름에 대해 '루이 로페스 데 빌라로보스가 1542~1546년 필리핀을 탐험하던 중 스페인의 필립 왕자(이후 필립 2세)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라고 기재한 것을 볼 수 있다.
말라카냥궁에서 판매 중인 스티커. 스티커 안쪽을 보면 국장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래 부분의 리본 안에는 필리핀공화국이라고 적혀 있다.
Sagisag ng Pangulo ng Pilipinas. 필리핀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장이다.
Philippines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GOVPH: About the Philippines

· Official Gazette of the Republic of the Philippines: The 1899 Malolos Constitution

· Official Gazette of the Republic of the Philippines: The 1935 Constitution
· National Quincentennial CommitteePhilippines First Circumnavigation Map
· The Philippine Star: Who is Philip II of Spain for whom our country was named?
· RAPPLER: FALSE: Magellan gave the name ‘Philippines’ to the country
· Nikkei Asia: Duterte wants Philippines renamed 'Maharlika'

말라카냥의 보좌관실 담장에 걸린 필리핀 국기

 


필리핀 역사: 정말 마젤란이나 레가스피가 필리핀의 국명을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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