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있어 선입견이란 것은 상당히 무서운 것이다. 상황을 제대로 알기 전에 이미 마음속에 고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으면 사물을 보는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판데살 빵 가격만 해도 그렇다. 마카롱은 비싸지만, 판데살 빵은 저렴하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내 머릿속에 있어서 가끔 고급 빵집에 가면 선뜻 빵을 집지 못하고 살지 말지 고민하곤 한다. 한국에서는 빵집에서 2천 원을 내고 빵을 사는 일은 어색함이 없으면서, 필리핀에서 판데살 빵이 85페소라고 하면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결국은 그 맛이 어떤지 궁금해서 사보고야 말 것을 알지만, 그래도 망설임이 먼저 마음을 채운다.
마닐라 마카티에는 '퍼플 오븐(Purple Oven)'이나 '와일드 플라워 카페 베이커리(Wildflour Café + Bakery Rada)' 등과 같은 고급 빵집이 꽤 많지만, 그런 고급 빵집 중에서도 '파나데리야 토요(Panaderya Toyo)'은 컨셉이 좀 독특하다. 빵의 맛에 대한 평가는 사람 입맛에 따라 다를 터이니 논외로 두더라도, 빵집의 위치부터 특이하다. 이 빵집은 마카티 중심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마갈라네스역(Magallanes Station)에 비쿠탄 가는 방향으로 한적한 길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 안쪽으로 가게가 있음을 알고 방문하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람은 빵집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지나칠 그런 곳이다. 그리고 가격 정책이나 고객 대상이 꽤 명확해 보인다. 좋은 재료를 가져다가 질 좋은 음식을 만들어서 부자들에게 비싼 가격으로 팔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빵집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건강한 느낌의 프리미엄 고급 빵을 가지고 승부수를 날려 성공했다. 빵 가격이 그 어떤 곳보다도 비싼 편이지만 가게가 성공한 것에는 마케팅도 한몫했다. 오픈 초기 때부터 홍보를 꽤 잘해서 매장 문을 열자마자 신문이며 각종 매체에 종종 등장했는데, 빵을 만드는 과정은 물론이고 필리핀에서 무척 유명하다는 건축가를 불러 인테리어를 했다는 것까지 가게에 대한 모든 것을 시시콜콜 알뜰하게 홍보해서 그 이름을 알렸다.
슈퍼에서 파는 식빵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을 주고 식빵을 사야 할까 싶어서 선뜻 빵을 집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직원이 와서는 식빵 만드는 것을 보라고 알려주었다. 먹음직스럽게 부풀러 오를 때까지 48시간 동안이나 발효 시간을 가진 식빵 반죽을 오븐에 넣어 구울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직원에게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빵을 굽고 있다는 설명을 듣다 보니 갑자기 빵 가격이 그렇게나 비싼 이유가 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호주산 유기농 밀가루와 함께 현미, 옥수수, 브라운 라이스 등을 빵의 재료로 쓰면서 자연 발표 과정을 거친 반죽을 특별히 고안된 오븐에서 굽는다는 식이니 저렴한 가격으로 팔기는 어렵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루 500페소도 못 버는 사람들이 잔뜩인 필리핀에서 식빵 한 덩이에 450페소라고 하면 대단히 비싼 가격이 아닐 수 없지만, 나는 식빵을 쟁반에 올려두기로 했다. 빵집 주인이 누군지 몰라도 물건의 가격에 있어 절대 액수보다는 제시한 가격만큼 그 값어치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은 틀림없었다.
[마닐라 마카티] 파나데리야 토요(Panaderya Toyo)
■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9시
■ 전화번호 : +63 9177208630
■ 주소 : Ground Floor, Karrivin Plaza, 2316 Chino Roces Avenue, Magallanes, Makati City
■ 위치 : 마닐라 마카티. Magallanes Station 근처
▲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 Karrivin Plaza에서 안쪽으로 들어가야 빵집이 나온다.
▲ The Alley at Karrivin
▲ 파나데리야 토요(Panaderya Toyo)라는 가게 이름의 의미는 간단하다. 파나데리야(Panaderya)는 타갈로그어로 빵집을 의미하고, 토요(Toyo)는 필리핀 사람들이 즐겨 먹는 간장을 뜻한다. 참, 빵집 옆으로는 '토요 이터리(Toyo Eatery)'라는 이름의 필리핀 전통 음식점도 함께 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조디 나바라(Jordy Navarra)라는 꽤 유명한 쉐프가 운영하고 있는데, 영국과 홍콩 등에서 요리를 배웠다고 한다. 이 레스토랑은 아시아 최고의 레스토랑 50곳( Asia’s 50 Best Restaurant)에 선정된 바 있지만, 음식 가격이 5성급 호텔만큼이나 비싸다. 단품 요리보다는 코스메뉴로 유명한데 식사비가 1인분에 2,900페소나 한다고 한다. 플레이팅이 예쁘다고 들어서 대체 어떻게 주는지 매우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만한 돈을 내고 사 먹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아서 가보지 못하고 있다.
▲ 주방이 오픈되어 있어서 빵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 매장 내부
▲ 빵 가격표. 그 어떤 빵을 집어도 상당히 비싸다.
[필리핀 마닐라] 식빵이 450페소나 한다는 마카티 고급 빵집, 파나데리야 토요(Panaderya Toyo)
- Copyright 2019. 콘텐츠 스튜디오 필인러브 all rights reserved -
※ 저작권에 관한 경고 : 필인러브(PHILINLOVE)의 콘텐츠(글. 사진, 동영상 등 모든 저작물과 창작물)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입니다. 필인러브의 콘텐츠를 개인 블로그 및 홈페이지, 카페 등에 올리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사전 동의 없이 내용을 재편집하거나, 출처 없이 콘텐츠를 무단 사용하실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필리핀 음식•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리핀 마닐라] 갓 구운 호피아(Hopia)를 파는 빵집, 베이커스 페어(Bakers Fair) (0) | 2019.10.25 |
---|---|
[필리핀 마닐라] 1939년에 문을 연 판데살 빵집, 카뮤닝 베이커리 카페(Kamuning Bakery Cafe) (0) | 2019.10.16 |
[필리핀 따가이따이] 마호가니마켓 재래시장에서는 불랄로(Bulalo)가 350페소! (0) | 2019.09.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