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합뉴스 신문을 보다가 "비행기표는 하늘의 별 따기, 봉쇄된 필리핀서 애타는 교민들" 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고 "따알화산"을 "탈화산"이라고 적은 기사를 봤을 때처럼 웃어버렸다. 기자가 어디에서 자료 조사를 해서 기사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필리핀에서 10년 가까이 생활하는 처지에서 보면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꽤 보인다. 일단 루손섬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 이미지 자료부터 틀렸다. 지도를 보면 팔라완이 루손섬 표시에서 빠져 있는데, 팔라완도 행정구역상 루손섬에 속한다. 2002년의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팔라완은 루손섬의 미마로파 지방(MIMAROPA)으로 편입되었다. 2005년 5월 23일에 팔라완의 행정 구역을 루손(LUZON)에서 비사야(VISAYAS)로 바꾼다는 내용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 No. 429)이 발표되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이행 보류 결정이 난 상태이다. 하긴, "루손섬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5만∼6만명 가운데 최대 1만명이 귀국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부분은 더 이해되지 않는다. 6만 명이야 재외국민과 시민권자를 더해서 나온 숫자이겠지만, 대체 어떤 근거로 1만 명을 헤아렸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각설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애타는 교민'이 아닌 나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단연 통행증(quarantine passes)이다. 마닐라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갈 마음은 전혀 없는 터라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잘 버틸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마닐라는 야간 통행이 금지된 상태이지만, 먹거리나 의약품 구매를 위한 외출은 허용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을 수만 있다면야 잠깐의 외출 금지야 아무 문제도 아니지만, 식료품을 구매는 좀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바랑가이에 가서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외출이 된다는 식의 글을 보게 되면 마음이 뒤숭숭해질 수밖에 없다. 대체 어디에 있는 바랑가이 홀(한국의 동사무소에 해당하는 곳)로 가야지만 통행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지도 묘연하지만, 통행증을 받는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이 아닐까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이 와중에 일부 바랑가이에서 통행증을 발급하면서 20페소인가의 비용을 받았다는 뉴스까지 보이니 마음이 심란해진다. 이 비용이 논란이 되자, 칼로오칸(Caloocan City)에서는 통행증이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는 공지문을 별도로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필리핀 사람들이 도네이션(기부) 좋아하는 것이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20페소 정도야 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뉴스를 보면 이 어려운 상황에서 같은 동네 사람에게 20페소씩 받아내고 싶었을까 싶은 마음에 한숨이 다 나온다. 물론 그 어떤 조례를 봐도 바랑가이에서 통행증 발급에 대해 비용을 받을 근거는 없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필리핀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수준의 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총괄하여 지휘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지방정부의 재량에 맡기는 경우가 많기에, 행정구역에 따라 통행 규정이나 보건정책을 다르게 하고 있다. 시(City)와 구(Municipality)는 물론이고 바랑가이(Barangay) 단위로도 규정이 달라지니, 도무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메트로 마닐라의 각 시(City)에서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등장한 것이 바로 통행증이다. 지역 내에서 자치적으로 봉쇄 내지는 격리 조치를 시행하면서 지방 정부 기관에서 해당 지역 거주민임을 확인하기 위해 통행증을 발급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물론 별로 효과는 없는 탁상행정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이 부분에 대해 오늘 파시그 시티의 시장인 비코 소토(Vico Sotto)가 "파시그 시티 내에서는 통행증이 필요하지 않다"고 딱 잘라서 공지했는데, 전적으로 공감이다. 비코 소토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경우이든 시민들에게 외출 목적이 무엇인지 묻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행증 자체가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파시그 시티에 살고 있지 않다. 그러니 한참이나 규정을 살펴보고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하는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오랜 검색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통행증을 어디에서 발급받으면 되는지 문의하러 외출하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공항으로 간다거나 하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사는 지역 내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는 정도로 마무리 짓기로 했다. 큰 위로가 되지는 않지만, 신문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이 집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지구촌 인구는 77억 정도 된다.
■ 필리핀 - 외출 통행증(home quarantine pass)
요즘 필리핀 곳곳에서 발급되는 통행증은 지역마다 사용법 내지는 발급 규정이 달라서, 뭐라고 딱 잘라서 안내할 수 없다. 하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거주하고 있는 곳의 지역 분위기에 따라 통행증을 발급받을지를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
- 메트로 마닐라의 모든 지역에서 통행증(quarantine pass)을 발급하는 것은 아니다. 발렌수엘라(Valenzuela City)나 파시그 시티(Pasig City)에서는 실효성이 없고, 권력 남용의 우려가 있어서 통행증을 발급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 통행증을 발급하는 지역 내에서는 통행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외출할 수 있다.
- 현재 필리핀에 있다면 거주하고 있는 지역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등을 보고 통행증 관련 규정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 거주 지역 바랑가이나 콘도 어드민(관리실)에서 통행증 발급을 안내한다면 발급받아 두는 것이 좋다.
- A 바랑가이에서 발급한 통행증은 A 바랑가이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 음식이나 의약품 등을 구매하기 위해 외출할 때 휴대해야 한다.
- 일부 지역에서는 18세에서 50세 사이 시민에게만 통행증을 발급하고 있다.
- 가족 중 대표자 1인에게만 통행증 발급이 허용된다.
- 통행증에 대표자 이름을 기재해주는 곳도 있다. 이럴 경우 지정된 사람만 외출할 수 있게 된다. (통행증을 받은 사람이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안내하는 곳은 없다)
- 야간 통행 금지 시간에는 통행증이 있어도 외출이 불가능하다. (24시간 통행금지인 곳은 낮에 외출할 때만 사용하도록 함)
- 통행증과 함께 신분증도 반드시 함께 휴대해야 한다.
▲ 최근 필리핀 루손섬 곳곳에서 발급되었다는 통행증(quarantine pass). 디자인도 제각각이다.
▲ 최근 떠돈 가짜 정보 중 하나는 특정 시간대에만 외출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이와 관련하여 필리핀 경찰(PNP)에서 특정 시간을 지정하여 외출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침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에게는 이런 식으로 시간을 지정할 권한 자체가 없다고 한다.
※ 위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QUARANTINE PASS
https://www.facebook.com/gmapublicaffairs/photos/a.306967386065/10157827425561066/?type=3&theater
· What are quarantine passes and why are they handed out during Luzon-wide lockdown
· Vico Sotto
https://www.facebook.com/VicoSotto/posts/2945462158845776
· Only one person per family allowed to leave house — Manila city government
https://news.mb.com.ph/2020/03/18/only-one-person-per-family-allowed-to-leave-house-manila-city-government/
https://www.facebook.com/search/top/?q=quarantine%20passes&epa=SEARCH_BOX
[필리핀 현지 소식] 외출하려면 통행증(quarantine pass)을 발급받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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