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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전통음식] 달콤한 따뜻함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따호(Taho)

by 필인러브 2023.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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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호오오오~!

 

필리핀 사람들의 아침 식사를 이야기하면서 따호(Taho)를 빼놓기 어렵다. 따호는 커스터드 크림처럼 부드럽게 만든 연두부를 주재료로 하여서 만드는 필리핀 음식이다. 그런데 두부가 주재료이건만 따호의 맛은 담백함보다는 달콤함에 가깝다. 단 음식을 즐겨 먹는 필리핀 사람들은 두부에 사탕수수즙이나 시럽 등을 담뿍 넣어서 단맛을 더한다. 팜트리(palm tree)에서 얻은 전분가루를 이용하여 구슬처럼 동글동글하게 만든 사고(Sago)를 설탕에 달게 조려낸 뒤 따호 위에 잔뜩 올려서 먹기도 한다. 사고는 버블티에 넣는 타피오카 펄과 비슷하지만 크기가 좀 더 작아서 좀 더 재밌는 식감을 낸다. 콩을 주재료로 만들었으니 건강에 좋을 듯도 하지만 단맛이 강해서 건강에 좋지 않을 것도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음식이라고 할까. 그러니까 따호를 먹으면서 한국의 연두부와 같은 맛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애초 필리핀 사람들이 따호를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 자체가 필리핀으로 이민 온 호키엔족(Hokkien) 중국인 이민자들이 두화(Douhua)라는 이름의 달콤한 중국식 푸딩을 소개하면서부터였다고 하니, 따호는 콩 자체가 주는 담백한 맛보다는 단맛으로 먹는 음식인 셈이다.
 
필리핀에서 맛있는 따호를 사는 방법은 실로 간단하다. 이른 아침에 주택가 골목에서 따호 행상인이 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서민들이 사는 주택가라면 어디에서나 이른 아침이면 독특한 억양으로 연신 "따호~"를 외치면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따호 행상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따호 행상인은 어깨에 놓을 수 있게끔 만든 길쭉한 막대 양쪽 끝으로 알루미늄으로 만든 양동이 두 개를 연결하여 따호를 들고 다니면서 파는데 통을 열어보면 한쪽에는 두부가, 다른 한쪽에는 시럽이며 사고(Sago) 따위가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따호 행상인을 손짓하여 세우면 양동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얇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꺼내 따호와 달달한 시럽을 함께 담아 주는데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터라 음료수 마시듯 호로록 먹을 수 있어서 숟가락은 따로 주지 않는다. 오후 간식으로 따호를 먹기도 하지만, 아침에 먹는 것을 추천하는 것은 보통 밤사이 연두부를 만든 뒤 식히지 않고 바로 장사를 나오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에는 아직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따호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은 따호의 가격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 따호 가격이야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5년 정도 전만 해도 10페소 동전이면 충분히 한 컵을 살 수 있는데 요즘은 20페소를 주어야만 한 컵을 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손에 쥘 수 있는 중간 크기의 컵을 기준으로 요즘 마닐라의 따호 가격은 대략 20페소. 올티가스나 마카티 등과 같은 동네로 가면 30페소~40페소를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야말로 서민 음식이었던 따호가 화려한 포장을 갖추고 몇 백 페소에 판매되는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하니, 가끔은 따호를 놓고 서민 음식이란 표현을 써도 될까 망설여질 정도이다. 부디 따호가 한국의 떡볶이와 같은 길을 걷지 말고 값싸고 맛있는 음식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를. 


필리핀 음식, 따호(Taho)

위에 올려진 동그란 알갱이가 바로 사고(Sago)이다.
따호를 짊어지고 돌아다니는 따호 행상인
따호 가격은 컵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고양이와 따호
따호 행상인
자세히 보면 양동이 크기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좀 더 길쭉한 양동이에 두부가 담겨 있다.
따호 행상인
가끔 쇼핑몰에서도 따호 가게를 만날 수 있다.  따호 하나만 봐도 몇 년 동안 필리핀 물가가 얼마나 급격히 올랐는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따호 한 컵 주세요!
필리핀 사람들은 아침식사 대용으로 따호(Taho)를 많이 먹는다. 하지만 따호는 주식이라기보다는 간식이나 디저트에 가까운 필리핀 음식이다.  단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면 시럽의 양을 줄여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필리핀 사람들이 아침식사로 즐겨 먹는 따호
마닐라 만달루용의 거리
20페소를 주고 따호 한 컵의 행복을 얻었다.
달콤한 냄새를 맡고 파리가 달려온다. 파리에게 따호를 나눠 주기 싫다면 재빨리 먹어야 한다.
따호(Taho)

 

[필리핀 전통음식] 달콤한 따뜻함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따호(T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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