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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생활307

[필리핀 마닐라] 손님, 코로나 때문에 남은 음식 포장이 셀프서비스가 되었어요 - 루강카페(Lugang Cafe) "여기 계산서 주시고요, 볶음밥 남은 것 좀 포장해주세요." "손님 코로나 때문에 그런데요, 저희가 포장 용기를 드릴 테니 직접 포장해주시겠어요?" 개인적으로 필리핀 사람들의 습관 중 좋아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식당에서 남은 음식 포장해가기이다. 다이어트에 목숨 거는 사람도 많지만, 굶는 사람도 많은 세상이다. 음식 앞에 '맛있는'이란 표현보다 '아까운'이란 표현을 더 많이 쓰시던 할머니 손에서 자란 탓인지 아니면, 필리핀에서 배고픈 표정의 아이들을 종종 보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멀쩡한 음식 남기는 일을 여전히 죄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음식점에서 남은 음식을 포장하기란 좀 조심스럽다. 더운 날씨 때문이다. 그래도 필리핀에서는 남은 음식을 포장하기가 자연스럽다. 한국처럼 포장해 가지고 간 .. 2021. 6. 15.
[필리핀 마닐라] 타귁시의 최상급 럭셔리 묘지,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Heritage Memorial Park) 혹 필리핀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방문을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바로 묘지이다. 파사이 시티에 있는 시립묘지와 타귁 시티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 사이에는 그 어떤 벽보다 두툼한 벽이 세워져 있다. 이 벽은 보이지 않지만 매우 단단해서 소멸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필리핀에서 임대료 비싼 곳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지역이 마카티 시티(Makati City)와 타귁 시티(Taguig City)이다. 한국인들이 '필리핀의 청담동'이니 '마닐라의 가로수길'이라고 부르는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Bonifacio Highstreet)가 바로 이 타귁시티에 있는데, 방 하나짜리 원베드룸 월세가 9만 페소(한국 돈으로 약 2백만 원)에 이른다. 물론 타귁 시티 지역 전체의 콘도가 모두 임대.. 2021. 6. 13.
[필리핀 여행]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피나투보 화산에 직접 가면 투어비가 더 저렴할까? 마닐라나 클락 여행 중 피나투보 화산 투어를 하려고 여행사로 비용을 문의하면 다른 데이투어 프로그램과 비교하여 금액이 상당히 비싼 것을 알 수 있다. 렌터카를 빌리지 않고 직접 베이스캠프까지 방문한다고 해도 투어 비용이 그렇게 저렴해지지는 않는데, 4x4 사륜구동차를 빌리는 금액 자체가 비싸기 때문이다. 피나투보는 카파스와 보틀란 지역에 걸쳐 있는데 환경세 등의 명목으로 이들 지방정부에 내야만 하는 세금도 적지 않다. 조금이라도 경비를 아끼고자 차량을 빌리지 않고 직접 피나투보 화산에 가려고 한다면 웨이즈나 구글맵에 'Sta. Juliana Barangay Hall'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산타 줄리아나 마을(Sta. Juliana, Capas, Tarlac)로 가면 된다. 평일이라면 대부분 사전 예약 없이.. 2021. 6. 13.
[필리핀 마닐라] 불라칸과 마닐라베이, 그리고 고래상어(부탄딩) 영어를 혼자 책으로 배워서 거북이(turtle)나 물(water)과 같은 발음을 잘하지 못하는 나는 타갈로그어 단어 중 좋아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뚜빅(물)이다. 애써 혀를 놀리지 않아도 뚜빅이라고 하면 모두 쉽게 알아듣는다. 비슷한 이유로 또 하나 좋아하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고래상어이다. 고래상어는 영어로 웨일 샤크(Whale shark)라고 하지만, 생각처럼 발음이 쉽게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필리핀 여행 중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웨일 샤크라고 발음하기가 어렵다면, 타갈로그어로 부탄딩(butanding)이라고 하면 된다. 신기한 일이지만, 불라칸(Province of Bulacan)에서 부탄딩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다. 마닐라 위쪽에 있는 불라칸은 도시 느낌이 강한 지역이라 불라칸에 .. 2021. 6. 8.
[필리핀 마닐라]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릿에 등장한 백신접종센터 타귁 시티(Taguig City)와는 빠르게 걸어도 한 시간은 넘게 걸릴 만큼 먼 거리에 살고 있지만, 남의 동네에서 어떻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느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타귁시가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동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필리핀에는 백신접종을 위해 1빌리언 페소(한화 약 235억 정도)를 예산으로 마련할 정도의 여력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많지 않다. 그리고 백신 접종은 일종의 돈 싸움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빠르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백신 접종을 하려면 돈을 퍼붓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타귁 시티에서조차 백신 접종에 실패한다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다른 동네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2021년 5월 19일 현재 타귁 시티에서는 주민 59,160명에게 백신 예방접종을 했다. 하.. 2021. 5. 24.
[필리핀 마닐라] 고프로 히어로9과 마카티 그린벨트 쇼핑몰 고프로를 잃어버렸다. 전원 버튼이 이상하다고 타박을 했더니, 내가 투덜대는 소리가 듣기 싫어 도망을 간 모양이다. 이에 대해 변변찮은 핑계를 대보자면, 너무 더워서 정신이 살짝 혼미해져 있었다. 카메라 잃은 것보다 마음이 쓰이는 것은 기껏 찍어둔 영상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단한 것을 찍은 것은 아니지만, 티셔츠가 축축해지는 기분 나쁜 느낌을 참고 찍은 것이라서 좀 아쉽다. 빈 가방을 뒤진다고 마닐라 길바닥에 흘리고 온 고프로가 다시 나타날 리도 없지만 가방을 세 번이나 샅샅이 뒤진 뒤, 카메라 보관 상자를 뒤져 예전에 쓰던 고프로 히어로5를 찾아내었다. 그리고 하루 써보고 난 뒤 바로 헨리스 카메라 매장으로 달려갔다. 갑자기 예전에 쓰던 고프로5를 쓰니 2016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던 것이다. 흔들.. 2021. 5. 21.
필리핀 한글을 모으다 : 내가 만난 한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일상 속에서 만난 한글'을 주제로 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심심해서 내가 필리핀에서 본 한글 사진을 모아보았다. 한류 바람이 불기 전부터 필리핀에서 한글로 적힌 것들을 상당히 많이 보았던 것 같지만, 2021년도에 찍은 사진만 공모전에 접수할 수 있다고 한다. 하긴, 내가 본 것은 예쁘고 특이한 형태의 한글 간판 사진보다는 중국 기업에서 함부로 사용하고 있는 한글이 더 많아서 공모전에 접수하기보다는 어디 신고하고 싶다. 필리핀 한글을 모으다 : 내가 만난 한글 - Copyright 2021. 콘텐츠 스튜디오 필인러브 all rights reserved - ※ 저작권에 관한 경고 : 필인러브(PHILINLOVE)의 콘텐츠(글. 사진, 동영상 등 모든 저작물과 창작물)는 저작권법의 보호.. 2021. 5. 20.
전 세계 한글을 모으다 : 국립한글박물관, 내가 만난 한글 사진 공모전 필리핀에서 생활 중 한글로 된 어여쁜 것을 보면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어 국립한글박물관으로 보내도 좋겠다. 보통의 사진 공모전과 다르게 전문가 수준의 사진이 아니라도 한글문화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작품을 위주로 수상작을 결정한다고 하니 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한글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을 유도하고 한글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일상 속에서 만난 한글'을 주제로 을 개최한다. 한글을 배우는 모습의 사진, 예쁘고 특이한 형태의 한글 간판 사진, 해외에서 우연히 만난 한글사진 등 한글을 소재로 한 것이라면 어떤 사진도 무방하다. 2021년 8월 16까지 3개월간 진행되는 이번 공모전은 내·외국인 구분 없이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최종 수상작 30작 중 외.. 2021. 5. 20.
[필리핀 마닐라] 페이마야와 LG전자의 스마트 론드리 라운지(LG Smart Laundry Lounge) 셀프 빨래방 LG전자에서 말라떼에 스마트 론드리 라운지(LG Smart Laundry Lounge)라는 이름으로 셀프 빨래방을 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 날부터 수건 빨래를 하지 않았다. 집에서 말라떼까지 빨래를 하러 가기는 상당히 먼 거리이지만, 빨래방에 가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하지만 바로 말라떼로 달려갈 수는 없었다. 집에 빨랫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빨래방에 가면서 빨랫감을 가지고 가지 않을 수 없으니, 비교적 들고 가기 쉬운 수건 빨래를 모으기로 했다. 그럭저럭 어영부영하다가 보니 필리핀에 산 지도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세탁기 없이 손빨래 생활을 시작한 것도 10년이 넘었다는 이야기이다. 필리핀은 런더리(Laundry)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상당히 많고, 세탁물을 수거하.. 2021. 5. 20.
[필리핀 마닐라] 잔인한 2021년, 마카티 아얄라 트라이앵글 공원 요즘 필리핀이란 단어를 들으면 파랑과 초록의 산뜻한 색감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렇다고 그 색감이 도시에까지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1287만 명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대도시 마닐라는 녹지공간이 많지 않다. 필리핀 사람들은 공원보다 쇼핑몰 방문 쪽을 더 선호하는 듯하지만 그래도 도시에 초록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삼스럽게 깨달은 부분이지만, 필리핀의 콘도들이 수영장이니 조깅트랙과 같은 공간을 잔뜩 만드는 이유가 있다. 집 근처에 자그마한 공원이라도 있다면 편안한 옷차림으로 슬슬 걸어가 볼 터이지만, 근린공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그나마 공원이 좀 있다는 동네가 마카티이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 공원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조차 사라지게 했다. 환전소에서 그린벨트 쇼핑몰 안에도 .. 2021. 5. 20.
[필리핀 마닐라] 5월의 더위와 삼겹살에 대한 필리핀인의 열정 나무 그늘조차 손바닥만하게 보이는 날이었다. 구름마저 멈추어 선 하늘은 바라만 봐도 너무 덥다는 이야기가 저절로 나온다. 머리를 감고 외출 준비를 하는 잠깐 동안에도 온몸에 더운 기운이 엄습한다. 그래도 마스크를 두 개 쓰는 일은 포기할 수 없었다. 페이스쉴드까지 쓰면 얼굴이 이내 땀투성이가 될 터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더위보다 무서웠다. 답답하여 쇼핑몰이라도 잠깐 다녀와야 마음이 가라앉을 듯하여 반찬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마카티(Makati City)에 있는 아얄라 서킷 쇼핑몰(Ayala Malls Circuit)에 갔다가 매우 흥미로운 광경을 보았다. 그건 다름 아닌 삼겹살이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삼겹살을 먹고 있었다. 물론 요즘 필리핀에서는 .. 2021. 5. 19.
[필리핀 마닐라] 파사이 사람들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살 수 있는 것 오랜만에 파사이 진마트에 갔다가 주류는 파사이 거주자에게만 판매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발견했다. 라면과 간고등어를 좀 사고 싶어서 슈퍼에 간 것이라 소주니 맥주 따위를 살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슈퍼 직원이 파사이 거주자인지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지 좀 궁금해져 왔다. 진마트에서 슈퍼 곳곳에 이런저런 안내문을 가득 붙이게 된 것은 필리핀 정부의 시행지침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파사이 시티의 지침(Executive Order ICR No. 41)도 봐야 하니 고달프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15일부터 시작된 가이드라인은 무려 3장에 걸쳐 빼곡한데,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 사이 통행금지, 대규모 집회 금지 등과 함께 주류 판매에 대한 내용도 적혀 있다. 그러니까 파사이에서는 오전 8시부터 오.. 2021. 5. 19.
[필리핀 마닐라] BDO은행에서 종이 통장을 만들려면 어느 산뜻한 오후, 스티븐의 어머니는 스티븐의 방을 청소하다가 베개 밑이 불룩한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베갯잇을 가득 차지한 것은 스티븐이 모아둔 돈이었다. 집에 일하는 메이드도 있고, 오가는 사람도 많은데 왜 돈을 은행에 저금하지 않고 베개 아래 숨기냐고 물었더니, 스티븐이 "은행을 어떻게 믿어요!"라고 외치더라나. 슬픈 것은 스티븐이 마크 아저씨의 아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마크 아저씨는 평생을 은행에서 일하시다가 은퇴하셨다. 스티븐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온라인 뱅킹이니 모바일뱅킹과 같은 현대 문물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핸드폰 없이 해외에 살면서 본인임을 인증하지 못하여 곤란한 일을 몇 번 겪은 뒤로는 그놈의 인증서니 보안프로그램만 봐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대신 종이 통장을 좋아한다. 불필요한.. 2021. 5. 19.
[필리핀 마닐라] 인트라무로스 산티아고요새(포트산티아고)는 요즘 방문이 가능할까? 요즘도 인트라무로스 산티아고요새(포트산티아고)를 방문할 수 있을까? 메트로 마닐라 등 NCR Plus 지역의 격리단계가 GCQ 단계가 됨에 따라 인트라무로스(Intramuros)에서 시설 일부를 다시 개방했다. 방역지침 준수를 전제로 이번에 입장이 허용된 구역은 산티아고 요새와 발루아르테 데 산디에고(Baluarte de San Diego)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처럼 방문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제한된 인원만 입장이 가능하고, 운영 시간도 단축되었다. 산티아고 요새는 최대 200명까지, 발루아르테 데 산디에고는 최대 100명까지로 방문 인원이 조절된다. 코로나19 범정부 태스크포스(IATF-EID)의 지침에 따라 관광명소는 수용 인원의 최대 30%까지 방문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 2021. 5. 19.
[필리핀 마닐라] 클룩에서 여행 대신 코로나19 검사를 예약하는 시대 최근 필리핀 관광부(DOT)에서는 올해 1분기 필리핀을 방문한 외국인 수가 3만 명도 되지 않았다는 발표를 해야만 했다. 이런 때에 호텔이나 여행사, 스파, 마사지샵 등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사업체의 규모가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는다. 호텔이며 렌터카, 여행 액티비티 등 여행 및 레저 예약 플랫폼인 클룩(KLOOK Philippines)에서 최근 코로나19 검사 상품을 내놓았다. 클룩에서 코로나19 검사 서비스라도 판매하여 어려움을 극복하여 보겠다는 마음이 느껴지지만, 여행 액티비티를 예약 사이트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예약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음에 마음이 착잡하다. 하긴, PNB은행에서까지 코로나19 보험을 판매한다고 나서고 있.. 2021. 5. 2.
디즈니 하청 애니메이션 제작사 툰시티, 필리핀 세부에 애니메이션 전문학원 오픈 앞으로 세부가 필리핀 애니메이션의 중심지가 되는 것일까?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툰시티(Toon City Animation, Inc)에서 세부에 애니메이션 전문학원(만화학원)을 개설하겠다고 나섰다. 툰시티에서 설립하는 애니메이션 전문학원의 이름은 툰시티 아카데미(Toon City Academy)로 2021년 6월에 문을 열 예정이다. 세부에 애니메이션 전문학원이 생기면, 세부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게 됨은 물론이고 장차 세부 지역 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까지 기대할 수 있다. 실제 툰시티에서는 학력이 필요한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애니메이터가 되면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도 24,000페소에서 25,000페소(한화 약 60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 2021. 4. 30.
[필리핀 팔라완] 쿠요섬과 방카 보트 안에서의 출산 필리핀 여행 중 일로일로에서 팔라완을 가면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배를 타면 24시간 정도 걸리는데, 운이 나쁘면 아주 시설이 후진 배를 타게 될 수도 있다. 가장 비싼 침대칸 표를 사도 매우 좁은 곳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 해서 시설이 후지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고, 화장실 주변으로 바퀴벌레가 엄청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세면대 주변까지 바퀴벌레가 잔뜩이라 자연스럽게 물 마시는 일을 최소한으로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그런 배의 허술함 따위는 까맣게 잊고 말 정도로 좋은 일도 있다. 그 일은 팔라완으로 가는 길에 쿠요라는 어여쁜 이름의 섬에 잠깐 들린다는 것이다. 쿠요섬(Cuyo Island)은 섬에 들르는 시간이 몇 시간밖에 되지 않음이 너무도 아쉬울 만큼 어여쁜 섬으로 필리핀 하면 떠오르는 모든 좋은.. 2021. 4. 20.
[필리핀 마닐라] '만약에'와 스카이웨이 만약에 코로나 사태가 생기지 않았더라면... 않았더라면.. 않았더라면. 마지막으로 지프니를 타본 것이 일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나는 가끔 '만약에'로 시작되는 많은 생각을 해본다. 선크림의 유통기간이 지난 것을 발견할 때, 가벼운 옷을 입고 초록이 진한 산으로 가고 싶을 때, 늦은 밤 편의점이라도 나가고 싶을 때, 네모난 벽 속에서 머리가 멍해지는 오후이면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생각은 헤어진 많은 인연만큼이나 쓸모가 없었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떠했을지 생각을 해보았자 마음만 더 건조해질 뿐 변화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내가 집에 머무는 동안 조금씩, 혹은 눈에 띄게 마닐라의 곳곳은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 속에서 내 마음을 헝크는 것은.. 2021. 4. 17.